쾌도난마는 '날랜 칼로 헝클어진 삼을 베다'라는 뜻입니다. 어지럽게 헝클어진 삼베 실타래를 한 칼에 베어버린다는 말인데 복잡한 문제를 명쾌하게 처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실을 칼로 베어야 했던 것에는 무슨 사연이 있던 걸까요? 너무나 복잡한 요즘 세상에 쾌도난마는 참으로 필요한 순간이 많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은 것 같네요.
快 | 刀 | 亂 | 麻 |
쾌할 (쾌) | 칼 (도) | 어지러울 (난) | 삼 (마) |
쾌도난마의 유래
쾌도난마는 북제서(北齊書) 문선제기(文宣帝紀)에 나오는 이야기로 중국 남북조시대 동위의 개국공신이자 실권자였던 고환의 둘째 아들 고양의 일화에서 유래합니다.
고환은 여러 아들을 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들들의 재주를 시험하고자 아들들에게 헝클어진 실뭉치를 주며 풀어보라고 했습니다. 아들들은 모두 한 올 한 올 실을 풀어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둘째인 고양은 칼을 뽑아 헝클어진 실을 베며 말했다고 합니다.
"어지러운 것은 마땅히 배어야 합니다." (난자수참-亂者須斬)
이에 아버지 고환은 그것이 옳다고 했습니다.
칼로써 문제를 풀어낸 고양은 후에 동위의 효정제를 폐하고 국호를 제(齊)라 칭하며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는데 이 나라가 바로 북제(北齊)입니다. 하지만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황제(文宣帝)가 된 고양은 백성을 괴롭히는 폭군이 되었습니다.
쾌도난마의 뜻
이러한 유래를 가진 쾌도난마는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에는 통치자가 백성들을 참혹하게 다스리는 '쾌도참난마(快刀斬亂麻)'로 쓰이다가 후에는 벨 참(斬) 자가 빠지고 복잡한 문제를 명쾌하게 처리한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처음에 사용된 의미와는 사뭇 다른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은 아마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 위정자 입장의 해석에 더 의미가 부여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려운 문제일수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은 찾기 어려우며, 해결책을 찾다가 시간을 놓쳐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보다는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다수의 이익이나 대의명분에 부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쾌도난마의 좋은 예-서산간척사업
1984년 우리나라의 서산지역에는 바다를 메워 간척지를 만드는 간척사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바닷가 양쪽에서 방조제를 쌓아가던 물막이공사에서 당시 시공업체였던 현대건설은 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조수간만의 차로 자동차만 한 바위도 순식간에 쓸어버리는 초속 8m의 엄청난 유속에 아무리 흙과 돌을 쏟아부어도 최후의 틈을 막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 정주영 회장은 고철로 사용하기 위해 울산에 정박해 놓았던 폐유조선을 끌고 와 물의 흐름을 막고 결국 물막이 공사를 완성했습니다.
이 전무후무한 발상으로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엄청난 공사비를 절감했습니다. '유조선 공업' 혹은 ;정주영 공법'이 불리었으며 해외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정말 쾌도난마와 같은 일처리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이 있다면 좋겠지만 복잡한 문제일수록 그리고 이해당사자가 많을수록 쾌도난마와 같은 처리는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실을 칼로 자르듯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의나 명분에 힘없는 사람들이, 소외된 사람들이 희생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지금 어떤 문제가 있다면 좋은 해결책을 찾아 쾌도난마와 같은 처리를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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