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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四分五裂)의 뜻과 유래

by idiom.dictionary 2023. 5. 15.

사분오열은 직역하면 '넷으로 나뉘고 다섯으로 찢어진다'는 뜻입니다. 오늘날의 국제정세에서도 혹은 국내정치에서도 곧잘 등장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 말의 유래와 뜻을 알아보겠습니다.

 

넉 (사) 나눌 (분) 다섯 (오) 찢어질 (렬)

 

사분오열-四分五裂-뜻과-유래
사분오열-四分五裂-뜻과-유래

 

사분오열의 유래

이 말은 전국책(戰國策)의 위책(魏策) 편에 나오는 말로 전국책(戰國策)은 중국 전국시대 전략가들의 다양한 책략이 기록되어 있는 책입니다.

 

전국시대는 중국이 아직 진(秦)나라로 통일되기 이전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중국은 전국 7웅이라는 진(秦)나라와 연(燕), 제(齊), 초(楚), 한(韓), 위(魏), 조(趙)나라가 중국을 분할하여 각축을 벌이고 있을 때입니다.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혹은 살아남기 위해서 각 나라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펼쳐야 했던 혼란스럽고 치열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강대국이었던 진나라는 세력 확장을 위해 동쪽의 여섯 나라를 노리고 있었고 진나라에 비해 세력이 약한 여섯 나라는 상황에 따른 외교전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중국-전국시대-지도
중국-전국시대-지도

 

이 시기에 소진(蘇秦)이라는 책략가는 강대한 진나라에 대항하려면 나머지 여섯 나라가 힘을 합쳐 진나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합종설(合從說)을 주장하며, 연나라 왕의 신임을 얻고 나머지 다섯 나라를 설득하여 진나라에 함께 대항하도록 했으며 여섯 나라의 재상을 겸임하며 15년 동안 진나라가 영토를 확장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같은 시기의 책략가 장의(張儀)는 소진과는 동문수학한 사이였으나 소진과는 달리 연횡설(連橫說)을 주장하였습니다. 여섯 나라가 종적으로 연합한다고 해도 최강대국 진나라를 이길 수는 없으므로 횡적으로 진나라와 연합하여 동맹관계를 맺는 것이 백성을 구하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사분오열은 바로 장의가 위니라 왕을 만나 연횡설을 주장하며 설득하던 말 중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여섯 나라가 힘을 합치는 합종은 서쪽으로는 최강대국인 진나라와 마주하고 있고 여섯 나라의 한가운데 위치한 위나라에게 맞지 않는 전략이며 여섯 나라의 동맹은 계속될 수 없고 결국 사분오열될 것이라는 것이 장의의 주장이었습니다.

 

사분오열의 뜻

사분오열은 여섯 나라가 끝까지 동맹을 유지할 수 없고 나눠질 것이라는 장의의 주장과 같이 여럿으로 나뉘고 갈라져 단결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여러 이해단체나 사람들이 어떤 공동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에 곧잘 연합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문제에 대한 각자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이러한 연합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미묘하게 다른 이해관계는 각자의 이익을 따지게 되면서 단결의 힘을 약화시키기 마련입니다.

 

사분오열의 의의

장의가 위나라 왕에게 연횡설을 주장하며 했던 말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合從者, 一天下, 約爲兄弟, 刑白馬以盟於洹水之上以相堅也.

(합종자일천하, 약위형제, 형백마이맹어원수지상이상견야.)

합종이란 온 천하가 형제가 되기로 약속하고 백마를 잡아 강가에서 맹세을 하며 서로 믿음을 굳게 하기로 하는 것입니다.

 

夫親昆弟, 同父母, 尙有爭錢財. 而欲恃詐僞反覆蘇秦之餘謀, 其不可以成亦明矣.

(부친곤제, 동부모, 상우정적전재, 이욕시사위반복소진지여모, 기불가이성역명의.)

부모를 같이한 친형제 사이라 할지라도 서로 돈과 재물 때문에 싸우고 다투는 법인데, 거짓을 되풀이하는 소진의 얕은꾀를 믿으려 하니, 성공할 수 없는 것이 뻔합니다.


그 옛날에도 지금과 다를 바 없었나 봅니다. 재벌가문을 보면 초대 창업자가 회사를 일구어 키울 때에 자식들은 아버지 아래에서 서로 힘을 합쳐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단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속이나 회사 분할의 문제에 직면하면 각자의 이익을 위해 형제라도 다투고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모습은 평범한 가정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국시대는 소진의 합종설이 무너지고 장의의 연횡설이 이를 대체하였지만 결국 진나라로 통일되게 됩니다. 힘의 균형은 무너지게 마련이고 하나로 합쳐지는 듯 하지만, 합쳐진 힘은 또다시 사분오열되어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돌고 도는 것 같습니다.

 

위나라가 그랬듯 우리도 주변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역사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들을 많이 겪어왔습니다. 그래도 우리 민족은 위기의 상황에서 사분오열하지 않고 일치단결하여 국난을 극복한 사례가 많이 있음이 새삼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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